
01 生きる (살아가다)
02 電波通信 (전파통신)
03 シ-ズンサヨナラ (시즌 사요나라)
04 勝ち戰 (이기는 경기)
05 Foul
06 雨天決行 (우천시 결행)
07 能動的三分間 (관능적인 삼분간)
08 絶體絶命 (절체절명)
09 Fair
10 乘り氣 (의욕)
11 スイ-トスポット (스위트 스팟)
12 閃光少女 (섬광소녀)
13 極まる (한계에 다다르다)
(도쿄지헨과 시이나 링고의 오랜 팬임을 밝힌다. 다 쓰고 나서 읽어보니 밝혀야 할 것 같다. 역시 팬은 꼬리표를 떼려 해도 어쩔 수 없는 팬임을 실감한다.)
도쿄지헨이 돌아왔다.
앨범 발표 얼마 전에 나왔던 신곡 '能動的三分間 (관능적인 삼분간)'을 들으며 밴드 내에서 균형을 잡아가는 것 같던 보컬 시이나 링고의 존재감이 다시 지나치게 부각되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 부담스러움을 느꼈었다. 그래서 신보에 대한 기대보다도 2집 어덜트 같은, 시이나 링고의 솔로 앨범이라고 해도 믿을 만한 매너리즘 뿐인 앨범이 또 반복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더 컸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우려는, 기우였다.
이번 앨범의 테마는 '스포츠' 다. 한정된 시간 안에 오랜 시간 동안 연마해온 자신의 최대한을 쏟아내는 것이 스포츠의 특징이며 아름다움이다. 그런데 이런 특징은 짧은 시간 동안 갈고 닦은 기술을 십분 발휘해 각자의 악기와 성대를 이용해서 음악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밴드'의 속성과도 연결점이 있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이번 앨범은 지금까지의 도쿄지헨의 어떤 앨범보다도 '밴드'의 음악이라는 느낌이다. 1집과 비교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다.
전작 '오락' 에서는 테마에 충실하게 이러저러한 극적 설정을 통해 여러 음악적 시도를 보여주었다면, 이번 앨범에서는 '드라마'를 완전히 제했다. 'スイ-トスポット(스위트 스팟)'에 약간의 극적인 느낌이 남아 있을 뿐이다.(이 트랙의 여유로운 관능으로도 감출 수 없는 진부함이 앨범에서 유일하게 아쉬운 점이다.) 내면의 대사가 주를 이루는 가사들은 난해해진 만큼 솔직해졌고, 단조로워진 만큼 담백해졌다. 설정이 스포츠라고는 해도, 제목에서나 그런 분위기를 찾을 수 있을 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격렬하고 자유로운 삶'에 집중되어 있다. 스포츠라기보다는 생명력에 대해 더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가사들이다. '극' 이 사라진 자리는 밴드의 '생명력에 대한 사상'이 채운다. 전작만큼 통속적이지 않아 공감할 수 있는 맛은 떨어지지만, 대신 생생한 에너지가 전해진다. 강렬한 감각이다.
사운드 면에서만 보자면 큰 변화는 없다. 키보드를 맡고 있는 이자와 이치요우가 새롭게 도전했다는 신시사이저는 '能動的三分間 (관능적인 삼분간)'에서 매력적인 포인트가 되지만, 그 밖의 다른 트랙들에서는 여전히 기존의 재즈 피아노 스타일이 주류를 이룬다. 시이나 링고의 작곡은 두 곡 뿐이고(두 곡이 타이틀과 세컨드 타이틀이라는 것이 꽤 의미심장하다. 더 대중적인 트랙들도 많은데?) 이번에는 이자와가 우키구모보다 곡을 조금 더 많이 썼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변하지 않았다. 그 밖의 눈에 띄는 형식적인 큰 변화는 없어 보이나, '生きる (살아가다)'의 국가를 연상시키는 도입부의 웅장한 아카펠라만은 꼭 언급하고 싶을 만큼 감동적이었다. 도쿄지헨이나 시이나 링고의 콘서트에서 아카펠라 편곡이 가끔 사용된 적은 있었지만, 이처럼 적재적소에 쓰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 밴드가 네 번째로 만들어낸 이 앨범을 듣고 하나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도쿄지헨은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밴드라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쌓아온 시이나 링고의 파괴적이며 동시에 관능적인 이미지 하나로 밴드 전체가 먹고 살 수도 있다. 괜찮은 형식적 퀄리티로 그럭저럭 너무 진부하지 않다 싶은 통속극을 노래해도(전작의 月極姫(월정 공주)나 killer tune처럼) 앨범은 불티나게 팔릴 것이다. 그런데도 거기에 머물지 않고 앨범마다, 트랙마다 끊임없이 다른 면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모습이 선명히 보인다. 의식하는 것을 잊어버리고 자신을 제 1의 경쟁자로 삼아 최대치를 이끌어내려는 성실하고 겸허한 자세다. 이것이야말로, '스포츠' 정신이다.
그런 도쿄지헨이 보여주는 음악적 경기는, 열광했던 지난 겨울 동계올림픽 경기들 못지 않게 살아있다는 느낌으로 전율하게 한다. 멤버 모두가 뜨거운 열정으로 하나의 음악을 만들어 내는 밴드의 아름다움이 1집 이후로 오랜만에 다시 한 번 빛난다. 때로는 관능으로, 때로는 불평불만으로, 때로는 절박함이나 객기로 끊임없이 '살아있는 순간'에 대해 노래하는 이 모습보다 더 밴드다운 모습이 있을까. 믿음이 부족했던 비루한 팬은 그저 조용히 감동의 눈물을 훔친다. 제발 다음 앨범도, 그 다음 앨범도 이렇기를. The queen is dead, long live the band.
한 줄 요약:
'밴드' 도쿄지헨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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