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방을 거닐던 내 긴 한숨은 꿈으로
아름다운 너의 찬란한 맹인과 비맞는 아이의 손짓

내 거짓과 나의 미움도 모두 지켜본
아름다운 너의 찬란한 맹인과 비맞는 아이의 미소

몸을 비트는 너의 숨결 흐려지는 그대의 미소
네게 스며 빛의 옷 벗고 다시 숨쉬는

내 거짓과 내 미움도 모두


아무리 들어봐도 알아들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쓴 가사가 아니다. 설마 했지만, 전 앨범이 다, 이렇더라.
한희정의 목소리는 분식집 메뉴판을 읽어도 아련하고 촉촉할 것이다. 가사는 구색맞추기용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든다. 의미보다는 발음할 때의 음성의 느낌이나 단어의 이미지에 포인트를 둔 가사다. 그런 고려 때문인지 가사가 멜로디와 전혀 어긋나지 않고 그 분위기에 완전히 녹아들어간다. 가사 자체가 가진 의미가 옅기 때문에.
베이스도 없는 이 밴드의 음악이 허전한 느낌 대신 청량감을 갖는 것은 보컬의 공이 크다. 거부감 없는 은근히 달달한 멜로디와 알싸한 서정이 담긴 음색. 청량함. 사이다와 소다수 중간쯤의 맛. 요즘 벌컥벌컥 들이키고 있다.


2010/05/31 21:12 2010/05/31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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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 더딘 너의 귀로歸路
때로는 흩어지고 또
소멸할 수 있도록 아름다울 것

서서히 오, 정지는 시간속으로
언젠간 너도 나에게로

나의 노래는 여기까지, 안녕히

허상, 그것으로 내게 이를 땐
귀뜸해주기를

오, 더딘 너의 귀로歸路
때로는 흩어지고 또
소멸할 수 있도록 아름다울 것

서서히 오, 정지는 시간속으로
언젠간 너도 나에게로

나의 노래는 여기까지, 안녕히



이토록 감성적인 멜로디에 이토록 문어체적인 가사라니. 자우림이나 링고씨의 가사도 충분히 문어체적이라고 느꼈고 그런 가사에는 완전히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지만 이건 또 다른 세계다. 게다가 제목은 무려 라틴어. 실험적인 시도로 느껴질 정도다. 푸른새벽의 앨범은 아직 제대로 들어보지 않았지만, 전 트랙의 가사가 모두 이렇다면 거의 작가 이상의 글들에 비견될 만한 실험적인 음반이 되지 않을까. 이렇게까지 대놓고 '진지하게' 써낸 뻔뻔하게 뜬구름 잡는 가사라니. 좋아하는 형식은 아니지만, 신선하다.

2010/03/05 20:40 2010/03/05 2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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